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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W.B.B.C.(월드블랙배스챔피언십) 5위 Report / 협회장 인터뷰
(대회 개막식이 열린 요하네스버그의 샌튼컨벤션센터)
The 15th World Blackbass Championship
대한민국 배스낚시, 세계 무대에서 희망을 보다
올림픽이나 각종 종목의 세계선수권대회들을 떠올리면 알 수 있듯, 국제적인 스포츠이벤트는 해당 종목의 협회와 종사자들, 선수가 자국의 수준을 증명하는 승부의 장이다. 여러 갈래의 스포츠피싱 중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배스낚시가 정말 ‘스포츠’의 일환이라면, 각 국가를 대표하는 낚시인들이 모여 기량을 겨루는 장이 존재할까? 대답은 ‘그렇다’이다. 유럽을 기반으로 하는 국제단체인 CIPS(Confédération Internationale de la Peche Sportive), 그리고 CIPS의 산하단체인 FIPSed(fédération internationale de la pêche sportive en eau douce)는 이미 오래 전부터 카프(잉어), 얼음낚시, 플라이낚시 등과 더불어 배스낚시를 산하 종목으로 지정하여 정기적인 행사를 치르고 있다.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이들에게 대한민국은 변방이다. 대한민국이 대표팀을 꾸려 세계의 문을 두드린 것은 2018년 10월에 멕시코에서 열린 제14회 월드블랙배스챔피언십이 처음이다. 첫 출전이라는 불리함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비 과정과 결과 모두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니었다는 게 자체적인 평가다. 그렇다면, 두 번째 도전은 어땠을까? 사단법인 한국스포츠피싱협회(이상 KSA)는 대표팀을 재편했고, 지난 2월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제15회 월드블랙배스챔피언십에 다시 도전장을 보냈다. 목표는 종합 5위였다.
(넬슨만델라스퀘어에 운집한 각국의 선수들과 임원진들)
피곤하기만 했던 남아공의 첫 인상
지난 2월 7일, 총 9명(김선규 회장, 김찬규 부회장, 박무석, 김효철, 박기현, 유해일, 이형근, 곽민근, 함문형)으로 구성된 대한민국 스포츠피싱국가대표팀을 태운 비행기는 인천국제공항을 떠난지 8시간 30분여 만에 경유지인 UAE의 두바이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목적지인 요하네스버그까지는 두바이에서도 10시간 이상이 걸린다. 5시간을 넘기는 경유시간에 총 비행시간을 더하면 인천공항을 떠나 남아공 땅을 밟는데 까지 장장 하루가 걸리는 대장정인 셈. 하지만 선수들은 쌓이는 여독을 아는지 모르는지 기내에서도, 대기하는 두바이공항에서도 낚시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선수들의 관심사는 온통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이번 대회의 개최지, 미지의 필드인 바알강(Vaal river)에 쏠려있었다. 남반구에 위치했기 때문에 산란은 언제였을 거고, 재작년 미국팀의 영상을 보니 웜리그를 주로 썼고, 사진이나 영상으로 보기에는 평택호나 청평호, 혹은 낙동강과 비슷한 느낌이라는 등의 이야기들. 중동 한복판에서 시작된 낚시이야기는 요하네스버그 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직전, 멕시코에서 열렸던 지난 대회에 참석했던 박기현 프로의 한 마디로 끝을 맺었다. “어차피 우리 남아공 가도 꼬박 이틀동안 낚싯대 잡을 일 없습니다. 비행기에서 잘 먹고, 잘 쉬는 것에 집중하시죠.”
두바이를 출발한 비행기가 적도를 넘어 남반구로 고개를 틀었다. 이윽고 대표팀은 피곤함 반, 설렘 반의 마음으로 남아공 땅에 발을 딛었다. 입국심사를 받고, 한국에서 부친 짐을 찾는 동안 동양인은 거의 볼 수 없었다. 이 곳에서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입국장에서 마주친 멕시코대표팀 팀원들뿐이었을 것이다. 입국에 관련된 모든 절차를 마무리한 대표팀은 공항 로비에서 잠시 대기한 후 주최 측이 마련한 버스에 짐을 실었다. 이탈리아와 멕시코대표팀과 함께 탑승한 버스는 요하네스버그 시내를 거쳐 두 시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한 우리의 숙소이자 대회장소, 반데르빌파크(Vanderbijlpark)의 에메랄드 리조트로 출발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버스 이동. 하루를 꼬박 비행기에서 시달린 대표팀 구성원의 면면에 무거운 피곤함이 드리워졌다.
(바알강 보트접안장소 일대를 둘러보는 대표선수단)
대한민국을 비롯한 각국의 대표팀들이 사용한 숙소는 현지에서 샬레(Chalets)라고 부르는, 일종의 펜션 같은 곳이었다. 때마침 숙소에 도착한 시각이 오후 9시 경이 되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곤히 잠들었는데, 시차 때문에 이른 새벽부터 잠을 설쳐서 고역이었다고 다음 날 아침 선수들이 입을 모았다. 개회식이 있던 2월 9일 아침, 선수단은 주최 측이 준비한 간단한 아침식사를 마치고 보트보관구역과 슬로프 일대를 거닐었다. 비록 낚시를 하는 날은 아니지만, 남아공의 배스낚시 인프라를 직접 대면하는 첫 시간이기 때문에 모두의 눈이 반짝였다. 슬로프와 접안시설의 수준은 국내 실정보다 우수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미국만큼 큰 규모의 그것은 아니었다. 선수들의 눈을 사로잡은 건 보트와 엔진, 그리고 전자장비들이었다. 21피트 내외의 풀사이즈 배스보트들과 250마력에서 300마력, 때때로 400마력의 고마력 엔진들이 눈에 들어왔다. 고성능의 최신형 어군탐지기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미국의 배스낚시인들이 ‘게임 체인저’라고 칭송하는 민코타의 신형 트롤링모터인 울트렉스 또한 이곳에서는 흔한 아이템이었다. 보트 트러블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컬처쇼크’로 다가온 개막행사
그렇게 경기와 관련된 시설들에 대한 답사를 마치고, 대표팀은 버스에 몸을 실어 요하네스버그로 향했다. 목적지는 이번 대회의 개막행사가 열리는 샌튼시티(Santon city). 넬슨만델라광장과 붙어있는 샌튼시티는 고급호텔과 컨벤션센터, 대형 쇼핑몰이 한 장소에 어우러져 마치 서울의 코엑스와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넬슨만델라광장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수천 명의 낚시인들이 이미 도착해있었다. 이번 블랙배스챔피언십은 CIPS가 주관하는 ‘스포츠피싱월드게임’이라는 낚시올림픽과도 같은 큰 행사 아래 진행되는 대회다. 그렇기 때문에 넬슨만델라광장은 배스낚시인, 카프(잉어)낚시인, 플라이낚시인, 심지어 장애인 부문에 출전한 선수들까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짧은 개회선언을 듣고, 다른 나라의 선수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우리나라의 국기인 태극기를 들고 도보로 퍼레이드를 한 끝에 본 행사가 열리는 샌튼컨벤션센터에 들어섰다.
(요하네스버그 중심가를 도보 퍼레이드하는 협회장 외 대표선수단)
그런데 컨벤션센터에 입장한 대표팀 팀원들의 얼굴에 당황함이 역력했다. 행사의 규모가 상상했던 것보다 너무 컸던 게 문제였다. 이렇게 큰 공간을 순수하게 낚시인으로 다 채울 수 있을까?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걸 알기까지는 몇 분 걸리지 않았다. 본 행사가 시작하기 직전, 주최 측에서 준비한 좌석은 입추의 여지없이 꽉 들어찼다. 남아공의 전통 춤과 함께 시작된 화려한 개막행사는 남아공 체육부장관의 축사를 거쳐 주최 측에서 준비한 오찬으로 마쳤다. 개막식을 지켜본 이형근 프로는 “낚시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다는 걸 보니까 황당하기도 하고 고무되기도 하네요. 확실히 낚시는 스포츠가 맞고, 스포츠를 넘어 문화의 한 수단인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오늘 ‘문화적인 충격’을 확실하게 받았고요.”라는 말을 남겼다.
프랙티스 : 까다롭지만, 가능성은 있다
개막행사 후 대회장에서 열린 캡틴미팅(주최 측의 공지를 각국의 대표자들에게 하달하고, 각종 클레임 및 로컬룰에 대해 협의하는 자리)에서는 탑승할 보트를 추첨했다. 주최 측에서는 현지에서의 보트운전은 안전 및 고장 등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남아공 현지의 선주(스키퍼)들에게 이를 맡기는 것이 원칙이라고 사전공지했다. 그렇기 때문에 낚시는 낚시대로 선수가 하고, 운전은 운전대로 선주가 해야 하는데, 어떤 보트를 타는지에 따라 낚시의 쾌적함과 기술적인 문제 여부까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추첨이었다.
추첨 결과, 대한민국대표팀에 할당된 보트는 야코(Jako)의 21피트/250마력, 마틴(Martin)의 21피트/250마력, 카메론(Cameron)의 16피트/175마력 보트였다. 야코의 보트에는 박무석, 곽민근 프로가 탑승하고, 마틴의 보트에는 김효철, 유해일 프로, 카메론의 보트에는 박기현, 이형근 프로가 탑승하기로 정했다. 꽤 만족할만한 성능의 보트들이라 선수들의 표정이 밝았다.
(김효철/유해일 조, 프랙티스 출발 전)
2월 10일부터는 바알강에서 이틀 동안 진행되는 현지에서의 프랙티스에 온 신경을 쏟아야 했다. 프랙티스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우리 대표팀은 굉장히 불리한 위치에 있었다. 체력적인 부분과 언어적인 부분이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 이틀 간의 연습을 통해 패턴의 맥을 짚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는 홈팀, 남아공대표팀을 언급할 필요도 없었다. 미국이나 호주대표팀 또한 미리 남아공에 입국해서 현지의 시차와 물정 등에 적응하고, 현지 피싱가이드들과의 소통을 통해 얻은 사전정보가 있었다. 그에 비해 우리 대표팀은 시쳇말로 ‘맨땅에 헤딩’을 해야 하는 상황. 일단은 톱워터루어와 스피너베이트, 크랭크베이트 등의 무빙루어 계열로 부딪혀봤지만 입질은 없었다.
그래서 꺼내든 두 번째 무기는 바로 웜리그. 다운샷리그, 그리고 한국 고유의 웜리그인 프리리그로 탁한 물 속 숨어있는 돌바닥들을 두드린 결과 첫 날 낱마리 조과를, 두 번째 날에는 꽤 의미있는 조과와 포인트들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대표팀의 주장이자 선수들 중에서 국제경험이 가장 풍부한 박무석 프로는 “무빙루어에 반응하는 포인트나 조건들이 분명히 있을텐데, 연습 때 그걸 못 찾아서 아쉽기는 합니다. 그래도 차분하게, 손 감각이 예민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장기인 웜리그 위주로 공략한다면 우리가 원하는 결과(종합 5위)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프랙티스에 대한 총평을 남겼다.
투지를 끓어오르게 한 부당한 판정
대표팀이 목표인 종합 5위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3개 조가 낚아내는 배스의 총중량도 중요하지만, 3개 조가 얼마나 고르게 낚아오는지가 더 중요하다. 이 대회에서는 순위를 매길 때 점수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팀에게 고르게 주어진 기본점수에서 페널티를 가한다. 이 페널티를 가장 적게 받는 팀일수록 높은 순위에 오른다. 대표팀은 멕시코 대회에서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리미트 달성’을 지상과제로 정했다. 그리고 대회 1일차인 2월 12일, 대표팀은 3개 조가 모두 리미트를 달성하며 대회 첫 날을 기분 좋게 출발했다. 그러나 김효철, 유해일 프로 조의 검량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주최 측에서는 생사판정을 마친 조에게 물고기를 담는 메쉬백 두 개를 준다. 하나는 가장 큰 배스(빅배스)를 담는 용도이고, 나머지 하나는 그 외의 배스를 담는 용도다. 그런데 김효철, 유해일 프로 조의 검량 직전 대회 관계자 중 한 명이 보트의 물칸을 열어보는 절차에도 없는 행동을 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한 마리가 물칸 안으로 새어나갔고, 검량 결과에 이상이 있다는 걸 인지한 후 보트에서 나머지 한 마리를 가져와서 재검량을 한 것이다. 주최 측도, 대부분의 선수들도 이를 해프닝으로 인지하는 듯 했다. 그러나 저녁식사 후 휴식을 취하던 대표팀 캠프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찾아왔다. 보트 물칸에 새어나간 한 마리를 인정하지 않고, 최초 검량 결과를 순위표에 적용한다는 소식이었다. 그로 인해 6위를 달리던 1일차 성적은 14개국 중 하위권인 9위가 되었고, 대표팀은 초상집 분위기로 2일차 경기를 맞이할 수 밖에 없었다.
선수들이 경기를 치르는 사이, KSA 김선규 회장과 김찬용 부회장은 본 대회의 경기감독관과 토너먼트디렉터를 만나 우리로서는 부당한 판정으로 느껴진다는 사실을 어필했다. 그러나 관계자들의 뜻은 완강했고, 이 건에 대해 다시 한 번 회의는 해보겠지만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든 선수들이 경기를 그르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드는 찰나, 모바일메신저 단체대화방에 반가운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세 조 모두 리미트 달성.”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김효철, 유해일 프로 조의 ‘잃어버린 한 마리’를 제외하면 2일차까지 3개 조가 모두 리미트를 채운 상황. 그 비결은 보트끼리의 포인트, 패턴, 동선 등에 대한 지속적인 소통이었다. 보트끼리 통신이나 접근을 부정행위로 간주하는 개인전 토너먼트와 달리, 월드블랙배스챔피언십은 이런 행위를 팀워크의 일환으로 정의하고 일견 권장까지 하는 분위기였다. 이틀 간의 연습으로는 찾아낼 수 없는 수중지형들을 하드베이트로 적극적으로 공략하여 첫 날부터 선두를 달린 남아공대표팀은 우리와 아예 다른 낚시를 하니 어쩔 수 없는 상대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홈팀을 제외한 다른 팀들은 몰황 속에서 고전하는 분위기였다. 우리 대표팀은 그 와중 프랙티스 때 찾은 패턴과 공략법, 포인트를 고수하며 ‘짙은 색, 짧은 길이의 스트레이트웜을 이용한 다운샷리그와 프리리그’라는 태클 공식까지 만든 상태였다.
(대회장 스크린에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성적표에 주목하는 대표선수단)
그러나 마지막 날인 대회 3일차를 앞둔 대표팀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첫 번째 악재는 준비해간 싱커와 훅, 그리고 웜이 다 떨어져가는 것. 웜리그로 수중의 돌바닥을 공략하려면 이른바 ‘물량공세’를 펼쳐야 하는데, 이렇게까지 속수무책으로 채비가 뜯겨나갈 줄은 몰랐던 것이다. 두 번째 악재는 상대 선수단의 견제였다. 우리 대표팀이 꼬박꼬박 고기를 잘 낚아온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니까 주요 포인트를 선점하고 좀처럼 비켜주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대표팀이 찾아낸 포인트를 선점한 상대 선수단이 룰 위반을 한 건 아니기 때문에 대놓고 어필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첫 번째 악재는 싱커와 훅, 그리고 웜을 되도록 아끼고 균등하게 나누는 것으로 해결했다. 어차피 하루만 더 낚시하면 되니까 여섯 명의 선수가 가진 아이템들을 알뜰하게 나눠서 사용하면 되는 일이었다. 웜 또한 6인치 정도 되는 스트레이트웜을 반으로 잘라서 사용하는 등, 한국이었다면 상상도 못했을 정도의 ‘잇몸’으로 낚시를 하기로 결정했다.
두 번째 악재는 실력으로 보여주는 수 밖에 없었다. 포인트를 선점한 상대 선수단은 좀처럼 배스를 낚아내지 못했고, 이내 주변을 맴돌던 우리 대표팀 보트에 포인트를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우리 대표팀의 기본기는 그 때부터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상대 선수단이 빈 손으로 떠났던 포인트에서 웜리그를 정교하게 운용하여 입질을 받아내고, 랜딩까지 부드럽게 이어갔던 것이다. 유해일 프로는 대회를 마치고 “한국에서는 소위 ‘설거지낚시’라고 하는데, 비슷한 상황이었다면 한국에서는 낚아내기 힘들죠. 아마도 웜낚시의 경험치에서 오는 차이였을 거예요.”라고 자평했다.
(현지 미디어 관계자에게 프리리그를 소개하는 김효철 프로.)
다음 목표는 미국 본토다
이미 다른 선수단 사이에도 우리 대표팀이 1일차에 당했던 억울한 판정에 대해 소문이 돌았다. 그리고 그것에 굴하지 않고 2일차에 리미트를 모두 채워왔기 때문에 관계자들까지 놀라는 눈치였다. 대표팀은 2일차를 마감했을 때 이미 6위와 큰 점수차로 당초 목표였던 종합 5위에 올라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3일차의 마지막 검량, 우리 대표팀이 들고 오는 배스들에 주목하는 시선이 많았다. 장장 5일간 피싱프레셔를 받은 바알강은 쉽게 배스를 허락하지 않았지만, 차분하게 주요 포인트들을 공략한 끝에 3일차에도 3개 조 모두가 리미트를 달성할 수 있었다. 3일차 단일 성적으로 따지면 종합 2위에 랭크되는 호성적, 그러나 독일과 이탈리아의 분전 때문에 3일 종합성적 5위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홈그라운드에서 우승한 남아공, 자국에 배스가 서식하지 않지만 적극적인 현지 적응과 프랙티스를 통해 각각 2위와 3위라는 좋은 성적을 거둔 호주, 독일대표팀은 무대 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러나 무대 밑의 주인공은 우리 대표팀이었다. 이제 더 이상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각국의 선수들이 프리리그에 대해 앞 다투어 물어봤고, 곽민근 프로는 현지 생방송에 초빙되어 긴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대회 첫 날 발생한 불상사에 대한 위로와 격려의 말을 꺼내는 선수들도 많았다. 그렇게 종합 5위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일주일여 간의 일정을 마무리한 대표팀은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왔다. 다음 월드블랙배스챔피언십은 2020년 11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의 머레이호(Lake Murray)에서 열린다. 이번 대회에서 불굴의 투지를 보여주었던 김효철 프로는 다음 대회의 포부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 “2017 포레스트우드컵이 열렸던 필드인데,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제가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잖아요. 그런데 다시 머레이라니, 뭔가 운명의 장난인가 싶은데 동료들과 함께 출전하는 다음 기회에서는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겁니다. 남아공에서 5위를 했으니, 본토에서는 그보다 더 높은 곳에 올라가는 걸 목표로 할 거예요.”
(대회 후 이어진 시상식에서 호주대표선수단과 기념촬영)
KSA 김선규 회장
“우리 선수들의 기량과 성적을 앞세워 세계시장으로 나아가자.”
(대회 개막식을 바라보는 김선규 K.S.A. 회장(左), 우측은 김찬용 K.S.A. 부회장)
- 지난 멕시코 대회와 선수단 구성이 다르다. 그 이유는?
→ 출발하기 전 선수단을 부분적으로 개편했다. 멕시코에 파견된 선수단은 대체로 경험치에 무게를 두고 선발했다. 그러나 선수들의 경력과 경험이 풍부하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었다는 걸 알았다. 이번 남아공에 파견한 선수단은 신구조화에 신경을 썼고, 세부적인 역할 분담도 설정했다. 베테랑인 박무석, 김효철 프로가 기술적인 부분에서의 가이드라인을 잡았다. 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박기현, 유해일 프로는 팀의 엔진 역할을 맡았다. 이형근, 곽민근 프로에게는 선배들의 경기운영을 보고 배우게 해서 세대교체까지 염두에 두었다.
- 당초 목표인 5위 달성에 성공했다. 선수단의 반응은?
→ 선발과정과 대회 출발, 그리고 일정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선수들의 희생이 많았다. 우리 대표팀의 목표는 종합 5위였는데, 회장으로서 너무 밀어붙이는 게 아닌가 싶은 우려도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선수들이 많이 희생했다. 현지에서의 적응기간을 거쳐 경기를 소화한 다른 나라의 선수단에 비해 너무나도 부족한 환경에서 경기를 치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표였던 5위라는 성적을 거둔 건 우리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해도 좋은 결과다. 선수단 또한 이 성취에 고무되어있고, 다음 미국 대회에서는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 1일차에 다소 부당한 판정이 있었다.
→ 1일차에 김효철, 유해일 프로 조에서 일어난 검량 해프닝은 결과적으로 꽤 비싼 수업료를 지불한 셈이다. 주최 측도 룰에 명시되지 않은 경우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어떤 판정을 내릴지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경기감독관을 비롯한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봤지만 주최 측이 결정한 결과에 승복하라는 메시지를 들었다. 황당했고, 다소 부당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좋은 성적의 원동력이 된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일이다. 이런 역경을 딛고 꿋꿋하게 경기를 소화한 선수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 배스가 서식하지 않는 국가의 대표팀이 입상하기도 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 단순한 요행이 아닌 철저한 준비에서 비롯된 결과다. 호주대표팀의 경우 꾸준히 남아공 배스낚시의 경험치를 쌓았고, 독일대표팀 또한 틈만 나면 이웃국가인 스페인이나 프랑스로 가서 기량을 연마했다고 들었다. 그 밖에도 남아공의 이웃국가인 짐바브웨, 에츠와니(스와칠란드)대표팀은 자신들의 보트를 끌고 입국했는데, 남아공을 중심으로 한 아프리카 시장도 무시할 수 없는 규모라는 걸 알았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지구촌은 빠르게 하나가 되고 있다. 배스낚시의 후발주자, 잠재적인 시장이라고 해도 기량과 인프라의 차이를 빠르게 메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배스낚시라는 장르를 미국과 일본, 멕시코와 대한민국 정도에서 즐기는 취미라고 인지하고 있었던 대다수의 배스낚시인들과 업계 종사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 대회를 준비하면서, 그리고 현지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 언어와 관련된 문제는 우리에게 영어보다 낯선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멕시코에서 열린 대회보다는 순조로웠다. 그러나 선수단은 빡빡한 일정으로 인해 여독을 풀 새도 없이 강행군을 치렀다. 한국음식과 태클을 수급하는 수단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 또한 수 차례 발목을 잡을 뻔 했다. 다가오는 미국 대회는 이런 어려웠던 부분들을 감안하여 만반의 준비를 하고 싶다.
- 낚시계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현재 대한민국이 회원국으로 가입신청을 한 CIPS는 스포츠로 따지면 IOC 같은 존재다. 정회원 자격은 돌아오는 5월에 부여될 예정이다. CIPS는 유럽과 미주의 국가들이 주류인데, 그들 입장에서는 변방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이 월드블랙배스챔피언십 5위라는 좋은 성적으로 첫 인사를 건넨 격이 되었다. 배스낚시가 2028년에 열리는 LA올림픽에 시범종목으로 채택된다면,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는 초석이 될 것이다.
낚시의 수준과 인프라를 감안했을 때 우리나라도 충분히 잠재력이 있고, 배스낚시 외에도 출전할 수 있는 종목이 있다. 우리나라도 카프피싱과 플라이피싱 등에 충분히 선수들을 참가시킬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가오는 대회들에 배스낚시 뿐 아니라 다른 종목에도 선수들을 출전시키고 싶다는 게 첫 번째 바람이다.
두 번째 바람은 낚시산업종사자들과 대한민국의 모든 배스낚시인들에게 전하고 싶다. 우리 선수단이 남아공까지 오고 가는 데에 선수 개개인의 금전적, 시간적 희생이 너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적과 기량으로 모두의 주목을 받는 데에 성공했다. 국산 로드와 릴, 루어 등이 화제가 되기도 했고, 어떻게 구매할 수 있는지에 대해 묻는 선수들과 관계자들도 많았다. 이들에게 우리의 낚시가 새롭게 다가온 것처럼, 우리에게도 유럽과 아프리카 대륙의 인프라가 새롭게 다가왔다. 선수들의 기량과 성적은 충분히 판촉효과가 있었다. 이것이 업계관계자들에게는 새로운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며 부흥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한다. 또한 대한민국의 모든 배스낚시인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어, 스포츠로서의 낚시문화가 자리잡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Who's K.S.A
사.한국스포츠피싱협회
sportfishing@sportfish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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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KONETT Cup 챌린져프로 토너먼트 제4전 5위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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